고사목(古死木)
이달균
올 가을 나무는 성장을 멈추었다 허리 고추 세워 하늘에 닿으려던 욕망을 갈무리하고 뼈대를 여미었다
천 년 전 씨앗 하나로 지상에 내렸을 때 표표히 떠도는 한 선비의 뒷모습도 황산벌 그 영웅들의 흙먼지도 보았다
왕조를 세운 이도 흥망을 불러온 이도 지금은 강토의 거름이 되었듯이 기왓장 한 조각에도 궁량한 사연은 있다
칼끝에 스치는 찰나의 섬광처럼 맹렬하고 고요했던 천년 생애를 건너 즈믄 해 목신의 날들을 다시금 헤어간다
-<2017 시조시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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