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대표시

이달균 고사목 (古死木) - <2017 시조시학 봄호>

이달균 2017. 12. 5. 17:24

고사목(古死木)

 

이달균


올 가을 나무는 성장을 멈추었다 허리 고추 세워 하늘에 닿으려던 욕망을 갈무리하고 뼈대를 여미었다

 

천 년 전 씨앗 하나로 지상에 내렸을 때 표표히 떠도는 한 선비의 뒷모습도 황산벌 그 영웅들의 흙먼지도 보았다

 

왕조를 세운 이도 흥망을 불러온 이도 지금은 강토의 거름이 되었듯이 기왓장 한 조각에도 궁량한 사연은 있다

 

칼끝에 스치는 찰나의 섬광처럼 맹렬하고 고요했던 천년 생애를 건너 즈믄 해 목신의 날들을 다시금 헤어간다

-<2017 시조시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