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칼럼

통영시 루지사업에 관한 오해와 진실--경남도민일보 기고

이달균 2012. 7. 19. 08:05

 

 

 

통영시 루지사업에 관한 오해와 진실

 

                                                                     이달균(시인. 통영시청 집필실장)

 

지난 7월 11일, 경남도민일보에 '외자법인만 배불리는 통영 루지사업'이란 기사가 대서특필되었고 다른 지역신문에서는 사설로 다뤄질 만큼 중요사안으로 기사화되었다. 이 글은 한점순 통영시 의원의 말을 인용해 기사화됐는데, 내용은 "통영시 역점사업인 놀이썰매 시설인 루지(luge)가 미륵산을 훼손해가며 매출액의 최대 4%밖에 받지 못하는 것은 절차와 수익성을 따지지 않은 굴욕적 계약이며 투자자인 뉴질랜드 스카이라인사의 돈벌이를 위한 것으로 재협상 하라"는 것이 골자다.

 

한점순 의원의 이런 문제제기는 시민대표로서 철저히 검증하고 대처하라는 고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용어선택에 좀 더 신중을 기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뜩이나 조선경기의 침체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시민들은 또 하나의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한 일에 희망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고, 국제적 관광도시를 향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천 만 달러 루지사업은 통영시가 최초로 벌인 외자유치사업으로 처음부터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시설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적한 절차 또한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지방재정투융자 심사, 예산반영, 토지보상, 공원조성계획변경 등 행정절차 승인에 따른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매출액 최대 4%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번 루지사업이 통영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산술적 계산으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마창대교와 거가대교의 수익보장과는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 지역민의 일자리 창출, 관광객 기대심리, 케이블카와 함께 시너지효과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근래 통영시는 조선업의 불황,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굴 미국수출 중단 등으로 경기가 그리 녹록한 편은 아니다. 그나마 관광 활성화가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통영관광에서 한려수도조망 케이블카를 빼놓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케이블카의 수요가 영원하지는 않으리란 것이다.

현재 통영 케이블카는 500만을 돌파하였다. 이 성공을 바라보며 타 지자체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십수 년에 걸친 환경단체와 불교계의 반대, 시민투표 , 그 과정에서 두 명의 공무원이 과로로 세상을 떠나는 등 여정은 험난했다. 만약 그런 이유들로 백지화했다면 통영경제는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루지는 동피랑처럼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과거 통영관광은 버스를 대절해 와서 충렬사, 한산도 제승당 등을 돌아보고 가는 실버관광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동피랑은 젊은이들이 주로 찾아와 블로그나 카페에 사진을 올리는 등 그들 스스로에 의해 확대재생산된다.

루지는 바로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피드 있는 놀이시설은 젊은이들과 어린이를 동반한 체험관광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 도시는 훨씬 역동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변해 갈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526개의 섬, 한산대첩으로 빛나는 충무공 구국의 얼, 유무형의 문화재, 유치환, 박경리, 김상옥, 김춘수, 전혁림 등등 한국현대예술사를 수놓은 분들의 예술혼이 서려 있는 통영은 분명히 지속가능한 미래가 있다. 케이블카와 루지는 그 정신의 성으로 안내하는 수레바퀴다.

   

통영시와 공무원들은 이번 한점순 의원의 문제제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업추진에 좀 더 신중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요구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성공을 위해서는 일사불란이 자칫 문제의 소지로 작용할 수도 있다. 건전한 비판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쨌든 모처럼의 호기를 잘 살려 '하늘엔 케이블카, 지상엔 루지'라는 쌍두마차로 통영의 미래가 밝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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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8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