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칼럼

국회의원은 기초자치단제장 정당공천제 폐지에 앞장서라-경남신문 기고

이달균 2013. 7. 11. 07:09

국회의원은 기초자치단제장 정당공천제 폐지에 앞장서라- 이달균(시인)
기사입력 : 2013-02-21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지난 설 대목 전통시장에서 낯익은 풍경이 연출됐다. 시장을 누비는 국회의원들 뒤로 시의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른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모두 같은 당 소속이다.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은 이때 혹시 감기라도 걸려 국회의원을 수행하지 못할까 전전긍긍이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은 ‘정당공천제 폐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정치쇄신 공약이었기에 대다수 국민들은 환영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역시 한목소리를 냈다.

이 공약은 사실 어제오늘 거론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6년,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그 결과 72%가 폐지에 찬성했다. 그런데 왜 시행하지 않았을까? 국회의원들이 양손에 쥔 칼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세비를 올릴 때처럼 여야가 없다. 다음 선거를 노리는 현역들은 물론 공천을 바라는 유력 인사들도 국회의원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선호정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영·호남에선 특히 더하다. 자연히 지방정치는 실종되고 중앙정치의 예속물이 되고 만다.

대선 때 공천제 폐지는 기정사실처럼 보였지만 최근엔 과연 잘 지켜질까 하는 의문이 든다. 여의도로부터 정당공천제 폐지에 부정적인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후보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진다. 낮은 득표율로 뽑힌 인사가 주민대표로서 인정을 받겠느냐, 인허가권 등 기초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한데 공천으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돈선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은 필요하다”는 식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한다. 이 말이 과연 맞을까?

그동안 정당공천이 있어서 단체장의 견제장치가 잘 되었고, 돈선거가 없었는가? 견제와 감시는 감사원, 사법기관, 언론, 시민사회단체가 있고, 무엇보다도 유권자인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처럼 감시할 기구와 제도가 있는데 굳이 정당과 국회의원이 아니면 안 된다는 논리는 너무 궁색하다.

거꾸로 정당공천제로 인해 단체장과 의원들이 소신껏 일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나 않았는지, 열정과 능력이 있지만 당과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공천에 배제되어 뜻을 펴지 못한 이들은 없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진정한 지방행정은 국회의원을 바라보기보다 어깨를 맞대고 사는 지역민을 바라볼 때 이뤄진다. 기초자치 실천의 주체는 지역 주민이다. 어시장 상가는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슬럼화된 시내 중심상권은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등등 기초자치 행정은 철저히 비정치적 공간 속에서 행해진다. 그러므로 정당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성공은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이 소신껏 일할 토대가 마련되었을 때 보장된다. 지방자치시대엔 중앙당보다 인물,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보다 지역사랑과 열정이 투철한 사람이 필요하다. 당선인의 공약이 헛공약이 되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때다.

이달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