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5미(味) 중 제 1미(味), <아구찜>
매운 아구
성선경
입 벌려봐, 아구
그래, 입 벌려봐 탐욕스런 이빨들아
세상이란 모조리 뒤섞이고 엉켜서
때로는 콩나물, 때로는 미더덕
서로를 붙잡고 땀 흘리는 것
몰랐지, 아구 아구찜
찜찜한 얼굴 하지 마
내가 네게로 가고, 네가 내게로 오는 것
그래, 저 탐욕의 혓바닥들아
맵지 봐 맵지, 매워!
그래, 상처란 늘 서로에게
아프게 돋아나는 혓바늘같이
오늘은 콩나물, 또 때로는 미더덕
내 쓰린 속만큼의 쓰린 맛을 보여주는 것
때때로 내 살점과 뼛골까지 휘감아오는
저 갈분의 엉김같이
저렇게 엉켜서 속 쓰리게
서로에게 눈물 나게 하는 것
몰랐지, 아구
입 벌려봐
그래, 아구같이 입 벌려봐.
아구찜 골목은 언제부터인가?
마산 오동동엔 아구찜 골목이 있다. 대략 한 열 집 정도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 골목이 생긴 건 한 30년은 족히 되었다. 그래서 서로 원조를 내세운다. 누가 ‘원조’라 간판을 걸면 옆집은 ‘진짜 원조’라 하고 어떤 집은 ‘원조 할매아구찜’이라고 서로 우긴다. 그만큼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굳이 원조를 따지자면 이 음식을 식당에 제일 먼저 내다 판 집을 찾으면 될 터이다.
마산 MBC문화방송의 저녁시간 라디오에는 어김없이 ‘아구할매’가 등장한다. ‘아구할매’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지역현안과 약이 되고 피가 되는 죽비소리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그만큼 “아구찜!” 하면 마산이 떠오를 정도로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왜 아귀가 아니고 아구인가
마산 사람들은 아귀를 아구라 부른다. 그래서 마산 아구찜이다. 마산 아구찜은 타 지역 아구찜과는 맛아 확연히 다르다. 재료부터가 틀리다. 아귀가 주재료이기는 하지만 생아귀를 쓰지 않고 말린 아귀를 사용하는 것이 특색이다. 하긴 요샌 입맛에 따라 생아귀와 혼용해 요리한다.
주재료인 아귀는 물론 갖은 양념과 밑반찬, 콩나물 등 싱싱하고 값싼 재료를 제때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깨끗이 단장한 집들로 위생도 청결해 보이지만 예전엔 초가를 걷어내고 슬레이트나 기와를 얹은 집에 작은 마루나 방에 탁자를 놓고 장사를 했다. 구불구불한 오동동 골목을 사이에 두고 한 집 건너 또 한 집으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 정겹기도 했다. 비록 모양은 초라했으나 이곳을 떠났다 온 사람들은 외려 옛적 그 모습을 더 그리워하기도 한다.
마산 사람들은 왜 화끈한 아구찜을 좋아하나
얼마 전 서울 손님들이 “마산 사람들은 왜 아구찜을 즐겨 먹는가?”라고 물었다. 얼른 적당한 대답을 얻지 못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산 사람들의 인성에 딱 들어맞는 맛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마산은 비분강개의 도시다. 비분강개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는 뜻과 한편으로 풍부한 서정성, 즉 글을 잘 짓는 문창성, 잘 어울려 노는 놀이성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결국 의거의 도시이면서 예향의 기질을 동시에 가진 성정을 그대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고춧가루의 매운 맛과 매운맛을 가셔주는 물김치는 화끈하고 뒤끝 없이 개운한 마산 사람들의 심성과 잘 통하지 않는가.
특별한 비법은 있는가? 있다. 하지만...
그맛이 그맛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집집마다 조금씩은 다르다. 또한 집집마다 공개하지 않는 비법이 있다. 아귀와 고춧가루, 콩나물은 공통적이지만 양념을 만드는 재료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산 아구찜 만드는 법은 이렇다.” 라고 잘라 말 할 수는 없다. 그저 누구나 아는 방법으로 조언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재료들이 익기 전에 뚜껑을 여닫으면 콩나물의 비린내가 나므로 완전히 익은 뒤에 뚜껑을 열어라. 그리고 미나리는 너무 익으면 향이 없어지고 조리 후 오래 두면 맛도 떨어지게 되므로 다른 재료부터 익힌 다음 먹기 직전에 넣어라. 더 맛있게 먹으려면 살얼음 자박자박 띄운 동치미와 함께 먹어라.
유래는 있는가
있다. 신빙성이야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1950년대 마산 오동동의 한 어부가 이상하게 생긴 고기가 하도 많이 올라와 버리기엔 아깝고 하여 선창가에서 식당을 하는 한 할머니에게 주고 갔다. 할머니는 고맙기는 하지만 하도 못생기고 흉측한 모양을 하고 있길래 버리지는 못하고 지붕에 던져두었다. 그런데 20일 정도 지나서 볕에 마른 놈을 콩나물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쪄내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더라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두엇 정도 전해오는 얘기가 더 있다.
아귀는 너무 흔하고 못생긴 고기였으므로 사대부가나 살림이 있는 집에서는 잘 먹지 않았다. 몸은 납작하고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커서 흉측해 보이는 녀석을 어부들은 쥐치와 함께 재수가 없다고 바로 물에 던져버렸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물텀벙이라 한다. 이 이름은 변이를 거쳐 요즘은 시원한 아귀탕의 대명사가 되었다. 항구에서 그물을 던져 먹고 사는 이들에겐 도미나 조기 갈치 같은 생선은 쌀을 바꿔먹기에 요긴하였다. 하지만 아귀는 이런 용도로는 쓰지 못한 생선이었다. 다만 춘궁기를 대비하여 약간 말려 두면 더 오래 보관되었으므로 이를 조리해 먹지 않았나 싶다. 천대받았던 아귀는 이제 마산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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