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칼럼

작은 동(洞) 마산 성호동의 큰 문화 축제

이달균 2011. 7. 29. 15:25

마산 성호동은 인구 5000명 정도의 작은 동이다. 잊혀져가는 도심 속의 섬처럼 통폐합 위기에 놓여있다. 무학산 비탈의 달동네와 재개발이 늦어도 한참 늦은 철로변 지붕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들앉은모양새는 당장 카메라를 갖다 대면 60~70년대의 풍경 속으로 시간을 돌려놓는다.

 

얼마 전 필자에게 발전위원회 회의에 좀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곳에 살지도 않는 사람을 부른 이유가 궁금했다. 내용인즉 올해 7회째를 맞는 정월대보름날 행사를 확대 개편하는 데 힘을 좀 보태달라는 것이었다.

 

동민들은 그동안 십시일반하여 6회째 달집태우기 행사를 해왔다고 한다. 낙후되어 마산시의 관심권에서 멀어져버린 곳이지만 그들은 이 행사를 해온 것이다. 그런 차에 올해는 좀 더 욕심을 부려 규모 있게 하려는 것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벌이는 일이 만만치 않다. 단순히 달집태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월대보름에 어울리는 문화행사를 계획한다는 것이다.

 

우선 공연을 위해 퓨전그룹 ‘이병욱과 어울림’을 초청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욕심이 좀 과해 보인다. 이 그룹은 양악과 국악을 접목하여 우리 음악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대표 이병욱씨는 극단 미추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에 음악을 맡아 그해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였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음악을 국악으로 편곡하여 무대에 올렸다. 5·18광주항쟁 기념일에는 운동권 가요들을 국악으로 편곡 연주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지난해에는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현충일 추념식 때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런 그룹을 예산도 별반 없는 작은 동에서 초청한다고 하니 걱정은 당연해 보인다. 이 행사의 총괄기획은 발전위원장인 김화석씨가 맡았다. 그는 경남대 재학시절 1·3회 두 번 대학가요제에 참가하였는데, 3회 때는 그룹사운드 ‘뮤지케’를 이끌고 나가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 음악에 관심을 가진 그였기에 이 그룹의 퓨전음악을 들어왔고 애정을 갖고 있던 차에 이번에 초청계획을 세운 것이다.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악기박물관 개관기념 공연 때 강원도를 찾아가서 이 행사의 내용을 설명하고 초청허락을 얻어내었다. 물론 김화석씨의 이런 숨은 노력이 있었지만 발전위원, 자치위원, 공무원 할 것 없이 이번 축제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동민들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성호동이 시정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해 매우 섭섭해 한다. 이곳엔 타동보다 유난히 토박이들이 많다. 오랫동안 마산의 중심을 자부해 온 그들이라 안타까움은 더하다. 문신미술관과 마산박물관이 있고, 마산 상권의 변화를 몸소 체험해 온 북마산 가구거리, 마산 불교의 진원지인 포교당이 있다. 이 포교당이 운영하는 대자유치원은 70대 노인들이 유일하게 다닌 유치원이다.

 

거기다가 뭐니 뭐니 해도 성호초등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100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해다. 유명 정·재계인사는 물론 아동문학가 이원수, 조각가 문신 등등 3만5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야구부를 육성하여 마산상고(현 용마고), 마산고 등으로 진학시켜 경남 야구의 산실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번 축제에 이 학교 졸업생들의 많은 후원과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성호동민들은 썩어도 준치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쇠락했지만 그 아쉬움을 문화축제를 통해 풀려고 한다. 어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원래 청사를 짓기 위해 닦아 둔 터에 아예 조두남음악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이미 시민단체에 의해 상처입고 모텔촌에 건립되어 유령의 집이 된 마산음악관은 그대로 두고 문신미술관이 있는 이곳에 유치하자는 의견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작은 가게나 식당, 학원을 하는 소시민들이다. 이름이 거창한 문화단체의 회원이 아닌 말 그대로 자신이 사는 지역을 사랑하는 소박한 시민들이다. 이들이 꾸미는 문화 축제 한마당에 어찌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어엿한 문화시민이 된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기사작성: 200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