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 코너에 쓴 영화이야기는 모두 본 영화들이다.
한 번 본 영화는 거의 없고 대부분 몇 번에 걸쳐 본 영화들이다.
하지만 지금 쓰는 이 영화 "휴일"은 한번 도 본 적이 없는 영화다.
아니, 볼 기회가 없었던 영화라고 해야 옳다.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신성일의 자서전"청춘은 맨발이다" 가 아니었으면
그런 영화가 있은 줄조차 몰랐으리라.
"휴일"은 1986년에 전옥숙 제작, 이만희감독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한다.
시놉시스를 보면 세련된 내용의 현대극이다.
삶을 사랑하지만 끝내 절망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한 가난한
청춘의 하루동안의 일상을 그린영화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이런 영화를 1960년대에 만들었다는 것이고
결국 희망없는 영화란 편견 속에서 상영금지되고 만
어처구니 없는 시대의 사생아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답게
"주인공이 취직하거나 군에 가는 결말을 내라"고 당국에서는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자인 충무로의 여걸 전옥숙 여사는
상영포기라는 장렬한 전사를 선택하고 만다.
신성일은 전옥숙 여사를 일러 "사회주의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내가 보기엔 "리얼리즘에 천착한 영화인이면서 영화적 진실에 다가가려했던 사람"이라 생각된다.
뭐 그말이 그말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나는 그렇게 규정짓고 싶다.
2010년 5월, 홍상수 감독이 "하하하"를 개봉했다.
그 영화는 통영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홍상수 감독은 지역을 말하더라도 그렇게 지역에 대한 애착을 영화속에서 보여주지 않았다.
'강원도의 힘'이 그랬고, 경주와 춘천을 오가며 찍은 '생활의 발견'에서도
그 지역만이 갖는 특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애써 곡진한 애정을 외면하는 듯했다.
그것이 홍상수 영화의 특징인데 이 영화는 전혀 달랐다.
처음부터 통영 곳곳을 노골적으로 찍으며 통영다운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홍상수 답지 않은 의외성과 의문은 이 영화 "휴일"에 관한 얘기를 읽으면서 풀어졌다.
제작자 전옥숙 여사는 통영출신으로 홍상수 감독의 어머니였다.
결국 통영은 홍상수 감독의 외가곳이었고,
영화 '하하하'의 제작 배경이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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