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영화 이야기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이달균 2011. 8. 22. 14:16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2011년 8월 17일 개봉한 '혹성탈출'은 1968년 처음 선보인 ‘혹성탈출 시리즈’와 연관을 갖는다. 하지만 속편이란 냄새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독립된 한 편의 영화로서 손색없다. SF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휴가철의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거의 매일 비가 내려 바닷가보다는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 흥행은 순조로워보였다. 거기다 특수분장과 대박시리즈물이므로 이렇다할 블록버스트가 없는 여름 극장가에선 관객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나다를까 극장엔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영화는 시리즈물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속편인 '대부2'가 '대부1'의 시작이 된 것과 같다.  부제로 붙은 <진화의 시작>은 인간이 왜 유인원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푸는 영화다. 43년 동안 총 7편의 시리즈를 탄생시킨 영화지만 시작이 어떠했었는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주인공은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그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개발을 위해 이 연구에 나선다. 마침 아버지가 알츠하이머 환자이기에 그 열정은 더하다. 처음 침팬치에게 이 약을 투여한 후 일어나는 부작용으로 연구는 중단되고 만다. 사장은 연구에 사용된 침팬치들을 모두 죽여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사장이 악인은 아니다. 그는 그저 제약회사 사장으로서 영리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기업인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트 영화의 공식인 선악의 대결이 없다. 굳이 악역을 꼽으라면 지능이 높아진 유인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위해 침팬치를 데려오는 설정은 주인공의 휴머니티를 부각시키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감상주의가 머리 좋은 기형의 침팬치를 낳게한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악역은 주인공과 시민들이다. 인간의 낭만적인 휴머니즘은 신의 세계에서보면 값싼 오만이 되고 만다.

 

이 영화에서는 침팬치를 폭력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인간 욕심에 의해 철망에 갇힌 그들이 고향인 숲으로 가기위해 사람과 싸우는 것이다. 그 싸움도 그리 격렬하지는 않다. 아직은 인간을 지배할 생각도 갖지 않는다. 비록 약물로 인해 인간의 지능을 가진 침팬치지만 인간을 제어하거나 구속하려는 생각은 없다. 그 다음 이야기는 다음편에 나올 것이다.

 

이 영화는 많은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인간의 뇌를 가진 침팬치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킹콩', '골룸' 역에 이어 이번에도 인간이 아닌 침팬치를 연기했다. 그는 1970년대에 탄생한 인간 침팬지, 즉 ‘휴맨지’라고 불린 올리버를 참고하며 연기했다고 한다.  이 영화로 앤디 서키스는 유인원 단골 배역으로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