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문학 여행

[강원일보]외부인이 본 홍천악기박물관-이달균

이달균 2011. 8. 23. 11:06

[강원시평]외부인이 본 홍천악기박물관----이달균(시인)

(  2008-1-9 기사 )


지난해 12월15일부터 다음날까지 홍천군 서석면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을 다녀왔다. 청주 서원대 음악과 교수이며 우리 음악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 온 이병욱씨가 산파역을 맡고 홍천군이 예산을 지원해 개관하였다고 한다. 음악인 김화석, 친환경생태연구가 우화명씨 등을 비롯한 6명의 경남 문화예술인들과 함께였다.

 개관된 건물은 물론 소장악기, 기증자,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도 궁금증은 컸다. 그날은 마침 ‘송구영신’이란 이름을 붙인 ‘이병욱과 어울림’ 개관 기념공연이 있었다.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어울림 공연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감동이었다. 산골마을에 울려 퍼진 우리 가락과 환호성은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완벽한 작품을 연출하였다.

 객석과 무대는 가까웠다. 공연에 익숙지 않은 산골마을 사람들에게도 신명은 넘쳐났다. 관객과 연주자가 하나 된 모습은 타관에서 온 필자로서는 매우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악기박물관은 인접 예술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이를 음악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예술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웃들과의 교감을 확대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 박물관 고유의 악기 진열 전시만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우리 소리를 배우고 널리 보급하여 명실상부한 한국음악의 산실역할을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13년 전 이병욱 교수가 이곳에 터를 잡자 자연 경향 각지의 음악인을 비롯한 많은 예술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리곤 그들과 힘을 합쳐 집 옆에 120여㎡ 크기의 토굴을 마련한다. 이는 득음의 장소인 동시에 창작의 산실로 활용되었다.

이에 홍천군은 강원도가 추진하는 강원문화인프라구축 10개년 사업으로 마리소리골 예술단지 조성을 제안하였고, 이 안이 채택되어 2004년부터 사업이 추진되었다. 부지 2,470㎡는 이 교수가 기부채납하고, 군은 국·도·군비 등 8억3,500만원을 들여 2층(517㎡) 규모의 박물관을 세우게 된 것이다.

홍천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문화관광 분야에 역점을 둔다. 악기박물관은 이런 큰 틀에서 이뤄지는 사업의 일환이다. 이곳에는 우리 음악의 보급을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한 많은 이의 정성도 함께 했다.

이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여러 종류의 악기는 물론, 인간문화재 정재국 선생은 평생의 예술혼이 묻어있는 태평소를, 중요무형문화재(제42호) 고흥곤씨는 손수 제작한 철현금과 21현 가야금을 비롯한 10여점을 기증하였고, 홍천군은 편경과 편종을 구입하기도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충북 음성 꽃동네의 서순원 박물관장은 심사숙고한 끝에 애지중지하던 1899년 제작된 바이올린, 100년이 넘은 콘트라베이스 등 서양 악기를 기증하여 함께 전시토록 했다. 홍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은 이런 눈물겨운 사연도 있다.

그동안 이병욱 교수와 부인 황경애(무용가)씨는 인근 학교와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풍물을 가르치며 문화마을 조성에 힘써왔다. 해마다 원근의 많은 연주자를 초청해 수차례 산골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악기박물관은 이런 한 문화인의 노력과 지자체간 문화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뤄진 결과물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은 덮어둔 채 특혜 운운하는 것은 문화적 토양이 성숙되지 않은 탓이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악기박물관의 역할은 더 다양해져야 한다. 학예연구사를 배치하여 전시는 물론 우리 악기 배우기, 민요 따라 부르기 등등 체험학습과 공연, 세미나 등 다목적 문화센터로 활용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문학관, 음악관 등등 여러 관을 앞다투어 건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관 개관 러시가 썩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거금을 들여 집은 지어놓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이의 마인드와 지명도가 약해 거의 유령의 집처럼 파리만 날리는 곳도 많다.

즉 성공과 실패는 운영자의 손에 달렸다. 이제 시작이므로 아쉬운 점도 여럿 보인다. 진열된 악기의 연주법과 제작연대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놓으면 더 좋을 듯하다.

승용차가 없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길이 너무 좁아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도 필요해 보였다.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것 또한 개선해야 한다. 홈페이지 개장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