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진미 미더덕
이 달 균
미더덕이란
백과사전에 미더덕은 어떻게 쓰여 있을까. “측성해초목 미더덕과에 속하는 무척추동물”로 설명되어 있다. 그렇다면 미더덕이란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미’는 ‘물(水)’의 옛날 말이고 더덕을 닮았다고 하여 바다에서 나는 더덕, 즉 미더덕이라 불린다고 한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색깔도 아름답지 못하여 예전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1999년부터 양식 품종으로 지정되어 일반화 되었다. 우리나라 연안의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마산 진동만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고현마을을 비롯한 미더덕 양식은 지역특산물이 되었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요즘에는 웰빙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해 주는 성분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좋고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의 조성비가 45%로 멸치, 정어리, 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보다 오히려 높아 영양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PA는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의 예방에 효과가 있고, DHA는 학습기능향상, 혈 중 콜레스테롤 함량저하, 항암작용 등에 효과가 크다. 또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종류는 대략 5종이 있는데, 흔히 부르는 미더덕 외에 두줄미더덕, 세줄미더덕, 상칭미더덕, 간자루미더덕 등이 있다. 멍게가 달짝지근한 맛을 지녔다면 미더덕은 상큼하고 은근한 향이 좋다. 된장국이나 각종 해물요리에 넣으면 개운한 맛을 살려주므로 주부들이 즐겨 찾는 식재료에 속한다.
미더덕 축제
마산에서는 매년 4월이면 미더덕 축제를 연다. 진동만에서 갓 잡아 올린 미더덕은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 모은다. 이때 나온 것들은 알이 많이 차서 횟감으로도 먹을 수 있는데 갯내가 배인 향은 바다의 봄을 직접 미각으로 느끼게 해 준다.
걸판진 축제마당에서 먹는 미더덕찜은 정말 일품이다. 하긴 이곳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먹어 온 이라면 그 구수한 추억의 맛은 잊지 못한다. 텁텁한 한 사발 막걸리는 물론 맑은 소주와도 잘 어울린다. 미더덕찜은 영양면에서도 꿀릴게 없다. 미더덕에는 단백질이 많고 콩나물엔 비타민C가 많다. 씹히는 촉감과 함께 영양의 균형을 맞춰줌으로써 봄날 잃은 입맛을 되찾아 준다.
미더덕 작황이 흉작일 때면 그 맛을 못 잊어 오는 손님들은 허탕을 치기도 한다. 그만큼 마산 미더덕은 이름이 높다. 올해처럼 풍작이면 축제를 찾은 목청 좋은 객들의 불콰해진 항구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미더덕은 지금 진화 중
“미더덕이 든 된장국은 잘 못 먹으면 입천장만 덴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속에 텁텁한 물을 품고 있고 있기 때문인데 물을 빼지 않은 뜨거운 미더덕을 먹다가 물집을 터뜨리면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잘 손질하여 냉장고에 냉동을 해도 맛이나 향, 그리고 영양적인 면에서도 1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미더덕젓갈은 제법 귀한 먹거리다. 간이 잘 배인 젓갈은 잔뼈가 있는 생선젓갈과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미더덕은 모양이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즘 젊은이들은 잘 찾지 않는다. 실제 어시장에 나가 보아도 새댁들은 미더덕을 잘 사지 않는다. 자연 그들의 식탁엔 미더덕 요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맛 좋고 영양 많은 미더덕이 실버음식으로 낙인찍힌다면 주 생산지인 마산에서도 차츰 자취를 잃어갈 것이 뻔하다.
그래서 시대에 맞게 미더덕은 진화 중이다. 예전부터 먹던 밥상의 감초 역할에서 탈피하여 지역특화사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전형적인 1차 산업인 미더덕을 채취 가공하여 상품화하는 2차 산업으로 육성시키고, 나아가 미식가들을 불러들여 체험을 겸한 관광산업(3차 산업)으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더덕에 관해 오래 관심을 가져온 이영순 영양사는 미더덕 가공 상품의 다양화를 위해 미더덕국수, 냉면 등 가공식품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건강식 요리임을 내세워 고가의 음식으로의 전환도 필요하고, 천연조미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더불어 껍질에도 알맹이 못지않은 영양소가 있으므로 청국장환 등 다양한 가공제품으로 상품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산의 미더덕 특화 육성사업은 지난 2006년 10월 24일 국가균형위 주관 지역혁신협의회 운영 공모사업에 채택되었다. 이처럼 미더덕은 마산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미더덕은 마산입맛의 시작이다. 얽고 못생긴 용모지만 그 속에 숨은 맛다운 맛이 있다. 어시장에 수북이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분주한 손과 미더덕의 투박함은 닮았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잔정과 먹어보지 않으면 모를 진미 또한 영판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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