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칼럼

마산영화자료관 개관을 기다리며

이달균 2011. 7. 29. 15:05

2006년 8월 3일 필자는 이 난을 통해 〈영화와 함께 걸어온 한 마니아를 위한 제언〉이란 칼럼을 발표하였다. 이후 경남신문에서는 사설을 위시한 수차례의 기사를, 여타 다른 언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기사들을 내보냈다. 지역 문화를 사랑하는 불씨 하나가 조금씩 살아나 작은 불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산문화원(원장 임영주)에서는 이의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해 가칭 `마산문화원 부설 영화자료관'의 개관을 준비 중이다. 마산시의 시비를 지원받아 문화원 한 곳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리모델링을 시작함으로써 개관 준비에 착수했다.

 

이는 바로 영화자료연구가 이승기씨가 평생 동안 모은 자료들을 타 지역으로 넘겨주지 않고 마산에서 활용하고 확대재생산해 보자는 공감대가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그가 모은 자료들은 어쩌면 돈으로 사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개인이 마산이란 도시에서 전 생애에 걸쳐 극장과 지인을 찾아다니며 모은 자료들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50년대의 포스터 300여 장과 세상에서 단 한 장밖에 없어 보이는 희귀한 자료들은 바로 역사이기 때문이다.

 

`김해 문화의 전당'은 떠오르는 도시 김해시의 문화정책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의 영상미디어실은 경남을 대표하는 영상작업실이다. 그래서 필자와 이승기씨는 이곳을 찾아가 보았다. 시청각실, 멀티미디어 강의실, 영상 편집실, 비디오 녹음실, 영상 작업실, 비디오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 방마다 첨단의 장비들이 가득했는데 순수 장비비만 22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영상제작을 위한 전문가 양성이 주목적이다. 즉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므로 역사와 발자취를 찾아가는 부분은 제외되어 있다. 그러므로 담당자는 마산에 개관될 자료관에 대해 큰 관심을 표하면서 서로 간 교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면서 확실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전시와 상영을 통해 영화 마니아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이제는 볼 수 없는 고전영화들과 상업영화관에서 취급하지 않는 예술영화의 상영관이 되어야 하며, 청소년을 위한 교육의 장소로도 활용되어야 한다. 영화단행본과 잡지들은 작은 도서관 구실도 겸할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고전 문학작품은 쉽게 대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못하다. `죄와 벌'을 읽은 학생은 많지만 `벤허'나 `십계'를 본 학생은 별로 없다. 이들에게 고전영화를 보게 함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하는 것도 좋다. 뿐만 아니라 추억의 명화를 통해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제임스 딘 주간을 만들어 `이유 없는 반항', `에덴의 동쪽', `자이언트'들을 한 주에 묶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이 자료관의 장점은 무엇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이다. 마산에서 드림베이 선포식을 하면서 `강제규 주간'을 가졌지만, 잠깐 스쳐가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였고, 얼마 전 제1회로 열린 `창원환경영화제' 역시 그 의의에 비해 운영과 지속성엔 의문이 있다. 환경영화제의 경우, 성숙한 이성이 필요한 영화를 상영하면서 유치원생들을 동원하는 오류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사전에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고 제목만 보고 일을 처리한 탓이다.

 

적어도 `마산영화자료관'은 이런 오류를 범하진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곳에서 학예사 역할을 담당 할 이승기씨는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만큼은 이미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냥 전시관 하나를 마련했다고 마산시가 소임을 다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전시, 분류, 상영 등 앞으로의 활용방안에 대한 예산 지원도 따라야 하고 긴밀히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배우 김혜정, 이대엽, 이수련, 감독 강제규, 한국 최초의 영화음악작곡가 조두남 등을 통해 본 마산은 영화 도시임에 분명하다. 소중한 유산이며 자랑인 이들을 기리고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은 바로 이 작은 자료관에서 시작될 것이다.

 

- 기사작성: 2007-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