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시인 그리워”…닭띠 동갑 시인 추모집 발간
도내 활동 계림시회, 세 번째 사화집
‘닭과 닭의장풀에 관한 메모’ 출간
- 기사입력 : 2019-01-03 22:00:00
경남에서 활동하는 동인 ‘계림시회’가 세 번째 책을 엮었다.
계림시회는 1957년생 닭띠 시인 10명이 결성한 시 동인이다. 30년간 인연을 이어온 그들은 지난해 김혜연 시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김경식, 김일태, 박우담, 우원곤, 이달균, 이상옥, 이월춘, 정이경, 최영욱 등 아홉 명의 문우만 남았다. 먼저 보낸 친구를 추모하며 함께 ‘닭과 닭의장풀에 관한 메모’를 펴냈다.
계림시회 동인들이 세 번째 사화집 발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좌에서 김일태, 최영욱, 이달균, 이월춘, 이상옥, 우원곤, 뒷줄 좌에서 박우담, 정이경)
책은 ‘지역을 쓰다’와 ‘김혜연 시인 추모’, ‘회원작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집1 ‘지역을 쓰다’에서는 회원들이 ‘신마산 통술거리’ ‘용지호수 25시’ ‘함안 악양루에서’ 등 시인들이 발 디디며 살 부대끼는 경남의 지역을 주제로 시 한 편씩을 썼다.
두 번째 특집에서는 김혜연 시인의 유고시 12편과 이우걸, 김륭, 박은형, 임성구, 최석균, 이서린, 최영욱 시인이 쓴 추모시를 만날 수 있다. 정이경 시인이 고마웠던 순간들을 더 들앉히고 보태어도 끝까지 ‘미안함’으로 남겨질 친구를 그린다는 내용의 추모글과 사라진 시인을 잡고 가슴을 쳤다는 황광지 수필가의 추모글도 수록돼 있다.
이상옥 시인이 ‘시인의 허세와 따스한 원형적 슬픔’을 제목으로 고 김혜연 시인의 시집 ‘음각을 엿보다’를 평했다.
귀족처럼/거만한/너의 허세/쿡/찔러볼까/약 올려볼까/한 방에/까뭉개 볼까 -고 김혜연 시인 ‘두부’ 전문-
이 시인은 “‘귀족처럼 거만한 너의 허세’는 시인 김혜연의 자아가 또 다른 자아에게 콕 찍어 하는 말이다. 시인이라는 허세 하나로만 평생을 살다 갔다. 90년대 초반에 시인으로 등단해 시의 부재 시대를 한결같이 시인으로만 살아가는 자의 불행을 고스란히 온몸에 지니고 살아간 시인이 바로 김혜연이다”고 썼다. 또 “겉으로는 매우 강하고 당찬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실상 내면은 근원적 존재의 슬픔을 알아차린 매우 여리고 아픈 존재자였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회원 9명이 각각 다섯 편의 신작을 내놓았다.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않았지만 현실 인식과 삶에 대한 겸허한 자세, 상상력의 품새를 느끼는 글들로 가득하다.
출판을 기념하는 조촐한 저녁식사 자리에 모인 회원들은 “젊은 나이에 만나 같은 글밭을 일구는 친구들과 늙어갈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면서 “앞으로도 외롭지만 외롭지 않게 우여곡절을 나누는 동지이자 문우로 함께 좋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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