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 이경선
- 기사입력 : 2019-01-01 22: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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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삼켜버린 한숨이 비려지면
목 안의 근육들이 실눈처럼 벌어지고
묵묵한 바다를 향해
등 구부려 해감한다
물 위를 달려가는 주름진 한숨 더미
부표를 끌어안고 바다는 늙어가고
관절의 묵은 소금기
일어서려 넘실댄다
성글은 어망 속엔 철 만난 알 품은 게
어망을 부여잡은 게의 집게발과
서로를 놓치지 않는
게와 게의 집게발
바다는 게를 따라 포구로 올라왔다
바다를 뜯어내느라 기우는 어부의 등
창백한 휜 낮달 같다
생활이 만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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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삼켜버린 한숨이 비려지면
목 안의 근육들이 실눈처럼 벌어지고
묵묵한 바다를 향해
등 구부려 해감한다
물 위를 달려가는 주름진 한숨 더미
부표를 끌어안고 바다는 늙어가고
관절의 묵은 소금기
일어서려 넘실댄다
성글은 어망 속엔 철 만난 알 품은 게
어망을 부여잡은 게의 집게발과
서로를 놓치지 않는
게와 게의 집게발
바다는 게를 따라 포구로 올라왔다
바다를 뜯어내느라 기우는 어부의 등
창백한 휜 낮달 같다
생활이 만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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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치밀한 구성·구와 장의 안정감 뛰어나
- 기사입력 : 2019-01-01 23:01:11
왼쪽부터 장성진, 이달균.올해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은 예년에 비해 늘었다. 자칫 힘겨운 일상을 지나다 보면 자아를 돌아볼 겨를이 없게 되는데 민족의 전통시인 시조의 창을 통해 자신과 시대를 바라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어서 흐뭇하다.
시조는 절제와 응축, 가락의 문학이다. 700년 전통을 이어오면서 민족시가로서의 위상을 지켜온 이유는 가슴에 켜켜이 쌓인 말들을 뱉어내고자 하는 본능의 원심력과 그 방만함을 절제하며 가락으로 다독이려는 구심력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심사 관점 역시 그런 경계 위에서 얼마나 감동을 수반하고 있는지를 주안점으로 보았다.
선자의 눈길을 끈 작품들은 '하늘 특강', '매생이가 온다', '번트',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 등 4편이었다. '하늘 특강'은 강의실 풍경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발상은 신선했으나 장이 거듭되면서 묘사보다는 서술에 의존하여 긴장감을 잃어버린 것이 흠결로 지적되었다. '매생이가 온다'는 얘기를 끌어가는 힘과 패기가 좋았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시조 본연의 장점인 절제와 응축의 결여가 아쉬웠다.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번트',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 두 편이었다. '번트'는 야구경기의 맛을 더해주는 기습번트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다섯 수로 끌고 가다보니 불필요한 시어들과 정제되지 않은 서정으로 인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흠이 있었다. 이에 비해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는 위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잘 극복한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 죽음을 예감하면서 안간힘으로 생명을 부지하려는 게를 통해 어부의 지난한 삶을 대비시킨다. 셋째 수에서 '집게발'의 중복이 문제시 되었으나 넷째 수 종장의 완성도가 이를 상쇄시켜 주었다. 구성력의 치밀함도 기대를 갖게 하고, 구와 장의 안정감이 단단한 습작의 흔적을 보여 주고 있어 당선작으로 뽑는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시조인으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아쉽게 낙선한 분들에게는 가열한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장성진·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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