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각쟁이
이달균
풍각쟁이가 죽으면 약장수도 되는가 보아
자고 새면 쌓이는 약 내다 팔다보면 맛좋고 빛도 좋은
고놈의 약, 헤픈 여자같에서 나는 얄밉더라 허어, 이
고약한 심보 다스릴 약 어디에도 없고, 풍각쟁이 역마살
다스릴 약 또한 없었으니 나는 떠돌이 풍각쟁이 혼. 요
입술 붉은 알약 팔다가 지치면 내 유년의 대산 장터 목
쉬어라 외치던 동동 구리무 동동 구리무 장수나 되어
떠돌고 싶어. 글매산에도 가고 배양산에도 가고 재너머
배나무실에도 닿으면 똘배 몇 알 얻어다 주린 배 맛나
게 불리고 싶어. 나는 누구 넋이냐, 나는 누구 넋이냐.
흥나면 소리도 곧잘 하는 영락없는 풍각쟁이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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