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대표시

이달균 - 풍각쟁이

이달균 2018. 6. 22. 10:43



풍각쟁이

 

이달균


풍각쟁이가 죽으면 약장수도 되는가 보아

 

자고 새면 쌓이는 약 내다 팔다보면 맛좋고 빛도 좋은

고놈의 약, 헤픈 여자같에서 나는 얄밉더라 허어, 이

고약한 심보 다스릴 약 어디에도 없고, 풍각쟁이 역마살

다스릴 약 또한 없었으니 나는 떠돌이 풍각쟁이 혼. 요

입술 붉은 알약 팔다가 지치면 내 유년의 대산 장터 목

쉬어라 외치던 동동 구리무 동동 구리무 장수나 되어

떠돌고 싶어. 글매산에도 가고 배양산에도 가고 재너머

배나무실에도 닿으면 똘배 몇 알 얻어다 주린 배 맛나

게 불리고 싶어. 나는 누구 넋이냐, 나는 누구 넋이냐.

 

흥나면 소리도 곧잘 하는 영락없는 풍각쟁이 넋


'이달균의 대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달균 - 실상사   (0) 2018.06.22
이달균 - 순장(殉葬)  (0) 2018.06.22
이달균 - 종소리   (0) 2018.06.22
이달균 - 불륜  (0) 2018.06.22
이달균 - 북행열차를 타고   (0) 2018.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