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국 리버풀을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웬만큼 그 도시를 안다. 내가 좋아하는 영국 프로축구 최고의 팀인 리버풀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노동자가 많은 도시에서 발전하는데 리버풀은 당시 산업혁명을 이끈 중심도시였기에 일찍부터 축구의 뿌리가 깊다.
왜 리버풀 얘기를 하느냐고? NC다이노스의 전용구장을 두고 마산과 진해의 유치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서로 유치하려는 모양새는 긍정적이다.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성장했고, 한 지역의 상징이면서 문화를 이끄는 중추가 됐다.
NC다이노스의 도시는 어디여야 하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마산이다. 진해구민에게는 미안하지만 지역발전은 지역특성과 함께해야 한다. 진해는 과거 해군도시로서 위용이 찬란했고, 현재는 경제자유구역청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물류도시가 됐다.
야구는 다르다. 마산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야도(野都)다. 올해는 마산야구 100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이다. ‘마산창신학교 100년사’에 따르면 1914년에 야구부를 창설했다는 기록이 있고, ‘마산시사’엔 90년 전 두 개의 시민야구팀이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마산동중을 비롯한 중학야구부를 자원으로 마산용마고(옛 마산상고), 마산고, 경남대 등에서 야구부를 육성하고 있다. 스타들도 많다. 한때 라디오 해설가로 유명세를 떨친 이호헌, 선수로는 유두열, 김차열, 박용성, 한문연, 박동수, 임정면, 전준호, 공필성, 장원삼 등등 손에 다 꼽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지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을 때 발전한다. NC 구단이 마산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구단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의 입장에서 펼치는 행정이 진정한 행정이듯이 구단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통합시가 된 것은 균형발전과 행정 편의성을 추구하자는 목적이 컸다. 세 도시는 저마다의 특성을 갖고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그 특성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런 일은 행정의 힘만으로는 어림없다. 그 자연스러운 힘이 바로 여론이고 시민의식이다. 진정한 문화마인드는 바로 이런 것이다.
처음 진해구민들도 옛 육군대학 부지에 야구단이 온다는 소식에 의아해한 사람들이 많았다. 자연스럽지 않음을 방증한다. 행정편의주의로 “여기에 하나, 저기에 하나” 하는 식으로 대충 나눠주면 내게 표가 오겠지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마산 유치를 반대하는 진해 상인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꼼수에 편승해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려고 하는 정치인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큰 정치든 작은 정치든 바로 보고 바로 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구단 하나로 진해를 따로 분리하겠다는 의원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에 진해에 알맞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진해다운 것을 더 육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NC다이노스 마산 유치는 한시가 바쁘다. 더 이상의 좌고우면은 곤란하다.
이달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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