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의 무진정
대구의 이종문 시인과 함안 무진정(無盡亭)을 찾은 적이 있다.
무진정(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547)은 조선 명종 22년(1567)에 無盡(무진) 趙參(조삼)선생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세웠다. 함안군 시도유형문화재 제 158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자와 함께 어우러진 오래된 배롱나무들과 그 둘레를 감싼 노송들이 나그네를 정취에 젖게 한다. 규모는 작지만 담양 소쇄원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그곳엔 함안조씨 집안어른의 행적을 적은 비들이 여럿 있다.
무진정 앞 도로변에 세워진 부자쌍절각 (父子雙節閣)은 충효의 귀감으로 삼고 있는 조영재의 11대조와 12대조를 기리기 위해 조선 숙종 때 건립하였다. 12대 조부(조준남)는 정유재란 때 왜인들이 선조들의 무덤을 파헤치려 하자 몸으로 이를 막아낸 후 무진정에서 자결을 하였으며 11대 조부(조계선)는 정묘호란 때 이완 장군의 휘하에서 오랑캐를 무찌르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 내력만큼이나 무진정엔 숨은 사연도 많다. 그중 전혀 눈길을 끌지 못하는 돌비 하나가 있다. 내용인즉, 11대인 조계선이 전장에서 전사했으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에 그를 수행한 노비 대갑이 유품을 챙겨와 가족에게 전해주고는 주인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 것을 한탄하여 함안 어귀에 있는 검암천에 몸을 던져 죽고 만다. 그 애틋한 뜻을 기려 세운 것이 바로 충노대갑의 비석이다.
조(趙)씨 문중에서는 충노비(忠奴碑)를 세우고 지금도 그 넋을 기리고 있다고 한다. 노비를 위해 비를 세운 건 흔치 않은 일이며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두 군데 사례밖에 없다고 한다.
그날 이종문 시인은 이 충노비를 세운 함안조씨문중의 마음씀씀이에 감동 받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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