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칼럼

지방자치, 함평에서 배워라

이달균 2011. 7. 29. 15:29

‘나비효과’의 최초의 이론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기상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 발표한 이 과학이론은 나중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인간사 전반의 일에 확대 적용되었다. 이를테면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고, 평행선의 철도 레일을 놓을 때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인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거리를 갖게 되는 이치가 그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처음엔 보잘것없는 시작이었지만 쉼 없이 매진하다 보면 결국엔 엄청난 결과물을 안겨주는 환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결과를 전남 함평에서 본다. 현재 함평에서는 4월 18일부터 6월 1일까지 장장 45일간 <2008함평세계나비·곤충 엑스포>가 개최되고 있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입장권 수입만 200억원, 음식·숙박업 등 간접 소득을 포함하면 2000억~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전의 함평은 별반 알려진 곳이 아니다. 고작해야 70년대 ‘함평고구마사건’ 정도로 인식되던 지역이었다. 동쪽으로는 광주, 서쪽으로는 서해바다에 닿아 있어 일부는 어업에,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주민들조차 ‘천연자원·산업자원·관광자원’이 없는 ‘삼무(三無)의 고장’이라고 자조했다. 이런 함평이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나비축제 때문이다. 1998년 방송 PD 출신인 이석형 함평군수가 취임하면서 ‘나비박사’ 정헌천씨를 곤충연구소장으로 특채하여 나비축제의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갔다. 그의 선택과 집중은 남달랐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12년 동안 방송 PD를 하면서 농업·환경문제를 주로 다뤘던 그였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한마디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부분에 집중한 것이다.

 

이런 성공은 뭔가에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 제 아무리 생태와 환경, 동심이란 최고의 브랜드를 내세웠어도 단체장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또한 평소의 관심과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저마다 지역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는 곧바로 경제적 효과로 연결되므로 필수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각종 축제를 열어 지역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지역이 갖는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엄청난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쇄살인 도시란 오명을 씻지 못하는 경우를 경기도 화성의 예에서 본다.

 

경남으로 눈을 돌려보자. 고성군은 공룡브랜드로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경우다. 공룡발자국화석은 고성 말고도 여러 곳이 있다. 해남 우항리 공룡발자국은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고성이 먼저 선점함으로써 ‘공룡나라 고성’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주는 진주정신으로 대변되는 진주성과 의랑 논개 브랜드가 워낙 확고한 곳이고, 창원 또한 누가 뭐래도 공단으로 경제기반이 확실하므로 큰 걱정은 없다. 김해는 이제 막 웅비하는 젊은 도시로 인식된다.

 

마산은 어떤가. 산업시설은 다 떠나고 도시의 중심이 텅 빈 모습이 안쓰럽다. ‘로봇랜드’는 기대를 높였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느낌은 없다. ‘눈물의 드림베이’가 된 지 오래인 도시를 다시 재건하기 위해서는 미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함평이 <나비·곤충 엑스포 designtimesp=1010>로 요란한 요즘 마산의 중요 뉴스는 ‘진동만 STX 조선 난항’이다. 어깨를 맞대고 살아온 이웃주민들이 서로 적이 되어 싸우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찬반 두 진영의 의견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이 글에서 두 진영의 뜻을 대변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자치단체의 진정성이다. 모두에게 득이 되기란 쉽지 않지만 최소한 준비과정만큼은 열과 성을 다했어야 한다. 성공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청계천 복원을 위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도 밤낮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지 않았던가. 진정성과 열정으로 몇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결과는 나비효과처럼 이뤄질 수도 있다. 지방자치시대 단 한 사람 군수의 집념이 오늘의 함평으로 변화시켰다면 교훈은 가까운 곳에 있는 셈이다.

 

 

- 기사작성: 200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