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장마당 문둥이 등장
아따 올 농사
오지게도 실하것다
덕석 피고 차일 쳐서
어제부터 끓인 국밥
흥겨운 장구경 끝에
막걸리 한 사발 걸쳤는가?
넘사시런 몰골이라
나서긴 좀 그렇네만
문둥골에도 춤이 있어
춤 한 자락 배웠으니
어떤가
장마당 오달지게
이놈 춤 한번
놀아볼까?

<해설>
옳거니, 오래도 기다렸다. 장마당 열리고 고사도 지냈으니 본격적으로 춤판을 벌여볼까. 그렇담 첫 번째로 문둥춤이겠다. 문둥탈 쓰고 쓰억 좌우 돌아보는 것이, 흡사 “흥겨운 장구경 끝에 / 막걸리 한 사발 걸쳤는가?” 하고 묻는 듯하다. 원래 시골 5일장엔 장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이 장꾼들 낙이 아니던가.
그래서 장국밥집엔 마루에도 손님이요 덕석에 차일치고 앉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게 젓가락 장단에 맞춰 흥이 오르는데 마침 동동구리분 장수나 광대놀이패가 찾아오면 그보다 진한 재미가 어디 있을까. 그럴 땐 춤꾼이나 장꾼이나 구경꾼이나 흥타령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둥춤 추는 사내의 사연이야 미뤄 짐작해도 알만하다. 문둥이 흉내 내는 잡기춤. 양손에 소고와 북채 들고 이리 들썩, 저리 들썩 마당을 호령하는 모양이 심상찮다. 오죽하면 문둥병을 천형이라 했을까. 그 슬픔과 비애를 무엇에 비하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들은 격리되어 살았다. 그러므로 그들 마을은 금이 그어진 금지된 마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문둥골인들 춤이 없겠는가? 슬픔 많고 고통 많은 그 몸짓 하나로만 씰룩대어도 춤사위는 절로 피어난다. 내 비록 문둥이는 아니지만, 그들 애환 내가 듣고, 나의 애환 구경꾼들이 들을지니 꽉 막힌 설움 흡족히 춤 한번 추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