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대표시

이달균 - 오래된 약국

이달균 2018. 6. 22. 11:17



오래된 약국

 

이달균


그 오래된 약국엔

늙은 약사가 있다

먼지나는 헌책방과

풀빵집이 있던 때부터

조제실

의자도 함께

낡아가고 있었다

 

그들을 다 떠나보내고

성자처럼 홀로 남아서

쿨럭이며 감기를

데불고 온 사람들에게

하루분

첩약을 지어

이마를 만져준다

 

그리고는 가만히

담배를 피워문다

 

창밖엔 빈 약통처럼

낙엽들이 굴러가고

잊혀진

국화빵 냄새가 나는

저문 거리의 초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