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의 노래
이달균
잘 있거라 나무야
함께 열린 돌배들아
네 잎새 그늘은 아름다웠지만 그대의 자양만이 나를
키운 게 아니라 지나치던 햇살과 바람들이 그리고 더 많
은 무엇들이 나를 만들었기에 나는 나무의 것도, 거두는
농부의 것도, 또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라네. 운명처럼
그저 머언 먼 하늘길을 가는 허기진 철새들의 것, 엷은
크레파스로 나를 그리는 서툰 화가의 것, 이슬 맞으며
새벽 밝히는 새벽별들의 것, 하늘의 소리와 지상의 소리
에 몸을 씻으며 진정 내 모습 내 빛깔로 지고 새고픈
떠도는
내 이름 하나
외로운 돌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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