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대표시

이달균 - 돌배의 노래

이달균 2018. 6. 22. 11:09



돌배의 노래

 

이달균


잘 있거라 나무야

함께 열린 돌배들아

 

네 잎새 그늘은 아름다웠지만 그대의 자양만이 나를

키운 게 아니라 지나치던 햇살과 바람들이 그리고 더 많

은 무엇들이 나를 만들었기에 나는 나무의 것도, 거두는

농부의 것도, 또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라네. 운명처럼

그저 머언 먼 하늘길을 가는 허기진 철새들의 것, 엷은

크레파스로 나를 그리는 서툰 화가의 것, 이슬 맞으며

새벽 밝히는 새벽별들의 것, 하늘의 소리와 지상의 소리

에 몸을 씻으며 진정 내 모습 내 빛깔로 지고 새고픈

 

떠도는

내 이름 하나

외로운 돌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