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집 표사
이 시집은 자유시로 입문하여 현대시조로 일가(一家)를 이룬 우리 시대의 걸출한 시인 이달균이 가사로 쓴 현대시를 모은 것이다. 가사라는 전통 장르를 오늘에 되살려 현대인의 감성과 미감에 맞는 시를 쓴다는 것은 어렵고도 모험적인 작업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세 가지 면에서 현대가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 하나는 4음보격 가사 리듬을 생동하는 마력으로 살려내어 작품의 한 행마다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 ‘다정함’의 마력이고, 둘은 통영이라는 향토적 공간을 중심으로 시인이 바라보는 풍경과 사물들을 세세하게 역사의 씨줄과 날줄로 얽어 충무공이나 민초들의 혼이 담긴 전설로 풀어내고, 산행 길의 걷는 자취마다 능선과 지형, 강줄기의 맥을 따라 대간과 정맥을 이루는 형상을 민족정기로 치환해내는 ‘자상함’의 마력이고, 셋은 통영문화를 일구어온 공방의 장인들, 윤이상 같은 불멸의 인물들, 현대의 환란인 황사나 적조현상 같은 비극적인 모티프를 익살과 해학어린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흥겨움’의 마력이다. 이 셋의 절묘한 조합이 현대가사의 진수를 맛보게 하고, 전범을 보임으로써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고 있다.
-김학성(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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