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사 백인선 작가의 말
옛 것, 묵은 것은 종국엔 사라진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오래 지녔던 것은
깨알처럼 적혀있는 아버지 일기장과
어머니께서 문종이에 세로글로 그리듯 써 내려간
제문이며 가사 몇 점이 전부였다.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어머니 글뭉치들은
2016년부터 한국가사문학관에 소장 보관되어 있고
앞으로도 훼손되지 않고 그곳에 잘 있을 것이다.
나의 가사歌辭는 그런 내력의 답습에 불과하다.
굳이 책으로 남겨야할 만큼의 이력도 없고
문학적 완성도면에선 더더욱 부족함을 알고 있다.
연緣의 고리를 끊지 못해 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에
연재를 시작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고 말았다.
무엇이든 해 보지 않으면 재미를 알지 못한다.
시조를 써보지 않은 이들이 시조 쓰는 재미를 모르듯
가사 또한 써보지 않은 이들은 그 재미를 모른다.
사명감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입담맛의 게미에 끌려
한 편 한 편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열두 공방 열두 고개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가사체에 실어 쓰기 좋은 소재다.
열두 공방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요긴히 쓰인
군용 혹은 일용의 것들을 만드는 공방을 일컫는다.
그 장인들의 삶의 노래는 열두 고개처럼 절절했으리라.
現代歌辭 百人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담양군과 한국가사문학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8.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