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을 읽다

말뚝이 가라사대-한산신문기사

이달균 2011. 8. 17. 18:06

-한산신문


한국적인 폴키즘의 시학, 말뚝이 가라사대

고성오광대 놀이를 주제로 한 이달균 사설시조집

[2009-11-05 오후 8:02:00]

 

  

"고쳐야 할 법(法) 있거든/버꾸 들고 버꾸치고/버꾸 치다 꼴리거든/벗고 치고 벗고 치고" "반지빨라 못 쓸래라" "오냐 묵어라. 비우 상하나따나 앵꼽아도 할 수 없다."


노골적인 성표현과 현실풍자, 앞말이 뒷말을 주워섬기는 말부림의 음보가 자유자재한 고성오광대 놀이를 주제로 한 이달균 사설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동학시인선 刊)가 최근 출간, 화제다.


걸쭉하고 활달한 입심과 무뚝뚝해 보이는 경상도 말들, 저자거리 시정잡배들의 욕설들마저 불러내어 과감히 시 속에 녹여서 넌출거리는 언어의 향연으로 만든 이 책은 한국 최초의 서사 구조를 가진 사설 시조집이다.


이달균 시인이 정보화시대를 살면서 외면하기 쉬운 '우리 것'에 관심을 갖고 시조와의 접목에 정성을 기울인 기간은 10년이 넘는다.


기존에 사설시조집이 없지 않았지만, 전편을 통해 하나의 단단한 얼개를 형성하면서, 시인의 상상력으로 또 하나의 서사를 이뤄낸 시집으론 유일하다.


이 시집에 수록된 54편의 시조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놀이'를 바탕으로,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세상을 통렬히 비판하고 조롱하지만, 결국엔 조화와 화해를 이끌어 내 대동 세상을 노래하고자 하는 시인의 서사성이 특히 돋보인다.


민속학자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 시집은 가장 한국적인 폴키즘의 시학"이라 정의하면서 "욕설과 고함은 있으되, 카타르시스는 없는 한국 시단에 말뚝이 폴키즘은 찬란히 꽃핀 시사평론이다"라고 훈수했다.


이는 바로 복고가 아니라 현대를 향한 준열한 노래임을 강조한다.


"가슴에 나라 국(國)자를 붙였으면 국가대사 바로 익어 옳은 처신 바랬더니, 남의 집 곳간 털어 지져먹고 볶아먹고" 같은 구절에서 이 시집이 과거를 향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현대를 향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평론가 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이 시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이달균이면서 이달균이 아니다. 이처럼 있으면서 동시에 없는 것, 또는 존재를 확인케 하면서도 부재를 확인케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시인 이달균은 1957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 현재 마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설엽 서우승 선생 타계시에는 추모시를 낭송할 정도로 통영 고성 근동 문인들과도 절친하다. 


1987년 '지평'과 시집 '남해행'을 출간, 문단활동을 시작했고, 1995년 시조시학 시인상으로 시조창작을 병행했다.


계간 문예지 시와 생명 편집인을 역임했고, 시집으로는 장롱의 말, 북행열차를 타고, 남해행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시인상, 마산시 문화상, 경남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기금을 받았다. 


김영화기자(han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