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자료

이달균 시조집《말뚝이 가라사대》서문.3

이달균 2022. 2. 18. 17:29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마당에선 시(詩)가 곧 놀이고, 놀이가 또한 시더라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4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과장(科場)은 모두 다섯인데

가방끈 짧은 축들은

과장과 과장 사이 건너뛰기가 쉽지 않아

 

이 과장 따로 저 과장 따로

따로국밥을 차린듯하여 내 식대로

그냥 얘기 하나

옷깃에 실밥 풀 듯 풀어내어 엮었으니

원래 것과 다르다고

지나치게 서운케들 생각은 말아주소

 

광대놀음 하다 보니 양반이 동네북이라

매양 뚜르르 울리고 남에 것 가로채고

가슴에 나라 ‘국(國)’자 붙이고도 백성은 뒷전이고

하는 짓은 제 잇속이나 챙기는

얌체 중의 얌체니 동네북은 당연지사

 

허나, 이 마당에선 죽일 놈의 양반은

양반대로 할 말 있고

큰애미 작은애미 시앗싸움 한창이라

귀 열고 들어보면

큰애미는 큰애미대로 작은애미는 작은애미대로

제 할 말이 있겠거니

딴 데 가선 못 할 말

이 마당에선 다 하라고 멍석 한 번 펴보았소

 

문둥이 문둥북춤을 추는데

아침부터 웬 문둥춤이냐고

돌팔매 날아오고 나물 삶은 뜨거운 물에

입도 데고 뭣도 데어, 서럽고 서럽것소!

 

▲ 문둥이 문둥북춤을 추는데 서럽고 서럽것소!(그림 오희선 작가)

 

강산 두루미로

한반도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녀보니

산도 조져놓고 강도 조져놓아

천형 문둥이 욕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던 것을

 

그래서 문둥이는 문둥이대로

비비란 놈은 비비대로

제 할 말 조잘조잘

탈바가지 덮어쓰고 노래하니

이보다 편할 데가 또 어디 있것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