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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 - 늙은 플라타너스에 관한 기억

이달균 2018. 6. 22. 11:10



늙은 플라타너스에 관한 기억

 

이달균


늙은 플라타너스에 기대어 귀를 대본다

그때 무슨 약속인 양 칼금으로 이름을 새기고

역무원 깃발을 따라 타관으로 떠나왔다

 

달디단 수액을 빨며 잎새들 피어오를 때

물관부로 차 오르던 눈물의 투명한 삼투

나무는 저 홀로 훌쩍 키가 자라 있었다

 

어느덧 긴 강물이 나무 속으로 흘러갔다

강물은 밑둥을 돌아 나이테를 그리고

팔벌려 햇살과 교감하는 전언이 되기도 했다

 

늙은 플라타너스엔 기적소리가 묻어 있다

너무 오래 가두어 둔 칼금의 기억들

나무는 새 떼를 부르듯 이름들을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