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영화 이야기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김해뉴스 기사

이달균 2015. 3. 2. 15:25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
(이달균 지음/이미지북/302쪽/2만 3천 원)

"내 영화의 시작은 경남 함안 대산면 구혜리 장터에서 펼친 천막극장이었다. 이동극장은 추석이 지나면 찾아왔다. 손님을 모으기 위해 확성기를 매단 차는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손수건을 준비하고 나오시라'며 외치고 다녔다."
 
저자 이달균 시인의 어린 시절 추억이다. 영화 한 편 보기가 쉽지 않았던 소도시나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우리 동네도 이랬다"고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이다. "마산에서의 청소년 시절, 영화는 어린 자취생의 삶인 동시에 동경이었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스크린 속의 화려한 장면과 아름답고 멋진 배우들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했고, 우리가 머물러 있는 공간 너머의 세계를 꿈꾸게 했다. 영화를 동경했던 소년은 자라서 시인이 됐고, 영화 이야기를 산문으로 썼다.

 

그의 영화이야기는 책의 제목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처럼 정말 정겹게 다가온다. 영화광인 친구와 포장마차에 앉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영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이달균 시인의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탁월한 안목과 재능"에 놀랐다며 이 책을 추천하고 나섰다. 그는 한국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영화에 대한 저자의 지식과 열정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분석하는 안목은 영화를 전공한 평론가의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평가했다. 평론가의 글은 난해한 이론에 치우쳐 표현이 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이기 쉽지만, 저자의 글은 쉽고 명료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점도 높이 샀다.

 

 영화는 이달균 시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 파문은 그의 시도 물들이곤 했다. 저자는 영화 '닥터 지바고'의 배경음악 '라라의 테마'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 음악 하나로 혁명의 대지에, 우리들 못 이룬 청춘의 사랑에, 포장마차에서 후루룩 뜨거운 국물에 몸을 데우던 그날로 곧바로 다가간다.

 

" 그는 영화 '닥터 지바고'를 생각하며 시 '시민극장이 있던 자리'를 썼다. '시민극장 앞이었어/ 10·18 마산항쟁 전야에도/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우린 무슨 약속처럼 그곳에서 만났지/ 조조할인 입간판 앞에서/ 영화처럼 바람에 깃을 세우며 서 있던 사람들/ 포장마차의 불빛이 따스해지는 시각/ 극장을 돌아가는 골목에서 먼저 어둠이 오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닥터 지바고/ 그 빛나는 사내들의 화음도 들려오곤 했지/ 이제 극장은 없고/ 하릴없이 기다리던 시민들도 가고 없고/ 간판화가로 초년을 살았다는/ 문신화백도 가고 없는 마산의 겨울/ 내게는 아득하여라/ 썰물의 발자국들만 어지러운 시민극장이 있던 자리.'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