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문학 여행

2013년 11월 중앙시조백일장 당선작 심사평

이달균 2013. 12. 2. 12:30

[중앙 시조 백일장] 11월 수상작

[중앙일보] 입력 2013.11.28 00:27 / 수정 2013.11.28 01:46

장원 점멸의 시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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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심사평
신호등·노을·생선좌판 … 일상에서 건져올린 ‘현대 시조’의 향연


우리 시조가 달라지고 있음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삶에서 건져 올린 현실적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 달에는 세 수 한편의 시상을 끌고 가는 힘이 돋보인 송태준의 ‘점멸의 시간’을 장원으로 뽑았다. 깊은 밤,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자동차의 왕래가 없어도 점멸하는 신호등을 바라보면, 그도 충혈된 눈으로 야간 근무 중이다. 시인은 점멸하는 신호등과 자아를 동일시하고, 천 길 낭떠러지에 빈자일등으로 서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본다. 짧은 순간의 상념이 외롭고 지친 현대인에게 희망을 쏘아 올린다. 다만 셋째 수 종장의 ‘소신(燒身)’과 ‘살라’에 ‘사르다’는 의미가 겹쳐 있는데 ‘밤마다 제 몸을 살라’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시조의 정수(精髓)가 이것이 아닐까 싶은, 단시조로 우리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권경주의 ‘아버지’를 차상으로 골랐다.

초장에 그려진 ‘노을’마저도 무게를 더하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을 그려본다. 그런데 고향 마을의 정경을 욕심껏 그려보고자 한 것이라 생각이 되긴 하지만, ‘콩단-들깨-감나무’로 각 장마다 초점이 분산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해경의 ‘어족은 등이 굽어 있다’도 만만찮은 수작(秀作)이다. 곱사등인 여자의 모습에서 ‘어족’과의 동질성을 발견하고, 시적 인물이 세파에 굴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일궈나가는 모습이 효과적으로 형상화돼 있다. 다만, ‘곱사등인 여자’의 위치가 어중간하게 그려져 있다. 물론, ‘어물전 살림에 푸르른 물살을 일구는’이라는 3수 중장의 표현으로 미루어 어물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생각되지만, 그 관계가 드러나기까지 도입이 좀 지루한 것이 흠이겠다.

심사위원=오승철·이달균(대표집필 오승철)

송태준=1947년 경북 김천 출생. 서울 문리대, 행정대학원 졸업. 전 한국신용평가 사장. 제15회 공무원문예대전 시조 금상 수상, 2013년 개천문학상 장원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