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의 문학 여행

참 이상하게 변한 시 '늙은 사자'

이달균 2013. 5. 15. 18:02

 

제 시 '늙은 사자'를 클릭했는데 같은 제목의 글이 있어 유심히 봤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늙어서 생명을 마감하는 백수의왕

은혜의 초원에 몸을바쳐 보은한다

사납던 갈기는 평화로운 나비자리

자꾸만 맴도는 독수리의 포식거리

 

누가 봐도 제 작품 '늙은 사자'를 가져와 쓴 것입니다.

 

<한국 3행시>라는 카페 -나니미라는 분이 2013년 3월 14일자로 올린 글인데

댓글이 여럿 달려 있어서 읽어보니

"2012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을 행시(4행시의 오타인 듯)로 모방했습니다."라고 해놨더군요.

 

이건 변주가 아닙니다.

묘한 장난으로 시를 망친다면 원작자는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카페엔 제 시 말고도 다른 시인들의 시들도

이렇게 묘하게 변화되어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무슨 얘기를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합니다.

한 번 비교해 보시죠.

 

 

 

늙은 사자

 

                          이달균

 

 

죽음 곁에 몸을 누이고 주위를 돌아본다

 

평원은 한 마리 야수를 키웠지만

 

먼 하늘 마른번개처럼 눈빛은 덧없다

 

어깨를 짓누르던 제왕을 버리고 나니

 

노여운 생애가 한낮의 꿈만 같다

 

갈기에 나비가 노는 이 평화의 낯설음

 

태양의 주위를 도는 독수리 한 마리

 

이제 나를 드릴 고귀한 시간이 왔다

 

짓무른 발톱 사이로 벌써 개미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