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와 버림받기 -이달균의 시를 읽으며 -김일태
버리기와 버림받기 -이달균의 시를 읽으며
김 일 태(시인)
세상 밖에서 별똥별이 하나 버려진다.
그대가 버려지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버려지는 것들의 덜미는 아름답다
그냥 버려진 채 아무 것도 버릴 수 없는
빈 가슴으로 버려진 서로의 가슴을
데우고 녹이는 눈물이 있을 뿐
버려진 싯귀처럼 누가 나를 버려다오
내 일찍이 슬픔을 버리고
증오의 반짝이는 칼날도 죄다 버리고
망가진 쓰레기통마저 버리고 버렸어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하늘이 기어이 별똥별을 버리듯이
누가 나를 사정없이 버려다오
그리하여 저 창백한 별똥별이
세상 안으로 버려지듯이
나도 누군가의 세상 속으로 버려져 가고 싶다
- 이달균, 「나는 누군가의 세상 속으로 버려져 가고 싶다」전문
세상맛을 어느 정도 보고난 50대 중반쯤이면 이제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서서히 버려가야 할 거란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뭘 버려야 할지를 판단하기란 참 어렵다.
이달균의 시를 읽으면서, 진정한 버림은 제 스스로 버림받을 준비가 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버릴 때와 버림받을 때를 아는 순간, 그 숨죽인 순간이야말로 지상의 모든 것들은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매일 낮은 데에 놓이기를 기도하면서도 항상 자신도 모르는 사이 높은 데로 기어 올라가고 있고, 버리기를 희망하면서 채움에 집착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가야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처럼, 스스로 버림 받아야 할 때를 예감하고 있는 나뭇잎들의 모습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깨달은 이들의 배광 같은 저 울긋불긋한 자태, 버리고 버림받아 사라지기 직전의 저 지는 꽃향기 같은 여운이 바로 시일 것이다.
서정을 잘 개 넣은 시집 속에서 철든 이달균의 모습이 버리기와 버림받기의 경계에서 피워 올린 꽃처럼 투영이 된다. 수많은 시적 체험과 다정함, 달변, 그의 바지런함이 단단한 시의 윤리로 엮어졌음이 분명하다.
세상 밖에서 안으로 별똥별이 버려지듯이 그의 상처로 피워 올린 시의 향기가 숱한 이들의 가슴에 버려져 싹을 틔울 것이다.
버림을 통해 새로움을 얻는 저 투영한 언어들..........
김일태
『시와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바코드 속 종이달』外
창원시 문화상,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外 수상
현재 창원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