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설가의 영화 나들이
카메오는 재미있는 영화보기를 위해 감독이 설정해둔 숨은그림찾기다. 이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관객들도 어느 정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이때 졸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면 영화값의 절반은 손해를 본 것이다.
지금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인 ‘황산벌’ 얘기다. 두 백제 밀정이 잡혀왔다. 정보수집 차 신라에 왔다가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와 발각된다. 군복차림의 어수룩한 얼굴을 자세히 보면 신현준과 김승우다. 주인공을 맡은 박중훈과의 술자리 도중, 김승우의 취중발언에 의해 카메오 출연이 이뤄진 것이다. 두 주연급 배우의 단역출연으로 인해 이 영화는 더 코믹해 지리라 기대된다.
카메오(Cameo)의 원뜻은 ‘양각으로 조각한 모조 보석(큐빅), 혹은 연체동물 껍질 안에 들어있는 단단한 보석’ 이지만, 흔히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끌 수 있는 단역 출연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영화감독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엔 반드시 카메오로 출연하기로 유명하다. 이처럼 카메오는 잘 알려진 얼굴을 선택하지만, 때로는 영화의 격과 관객과의 일정한 긴장감 유지를 위해 잘 드러나지 않은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다. 본인의 뜻도 있겠지만, 함께 작업한 동료로서의 우정과 예우의 표현으로 감독이 출연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 경우 대표적인 한국영화로 ‘바보들의 행진’과 ‘축제’를 들 수 있겠다. 이들 영화에선 원작자인 최인호와 이청준이 각각 등장한다. 최인호는 대학축제 행사의 하나로 벌어지는 술먹기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이청준은 축제에서 오정해에게 몇 잔 술을 받아먹는 점잖은 문상객으로 분해있다. 연기자가 아닌 소설가의 느닷없는 등장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감을 공유하는 이들의 작업은 명편으로 남는다. 최인호와 하길종 감독은 청년문화의 기수들로 70년대 변혁의 욕구를 대중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이청준과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에서도 보듯 우리 것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란 꼭지점에서 만났던 것이다. 최인호는 하길종 감독의 요절 이후에도 영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들 동반자들을 통해보면 카메오는 단순한 우정출연이 아니라 영화의 질적향상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