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칼럼

슬픈 눈물의 `드림베이' 마산

이달균 2011. 7. 29. 15:13

마산의 슬로건은 ‘드림베이’다. ‘꿈의 항구도시’란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가. 노동자들의 굵은 땀방울을 식혀주는 한 모금 맥주와 합포만 유람선의 색소폰 소리. “드림베이!” 하면 우린 이런 광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과연 마산의 오늘은 어떤가. 전국 7대 도시임을 자랑하였지만 지금은 경남의 7대 도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수출 전진기지였던 자유무역지역, 산업화시대 섬유공업의 요람 한일합섬, 기간산업의 버팀목 한국철강 등이 버티던 마산은 명실상부한 산업도시였다. 그런 까닭으로 오염된 마산항의 대명사 ‘독수대’가 탄생되었지만, 시민들은 묵묵히 감내하면서 극복의 날을 기다려왔다.

 

그러는 사이 2000년대가 시작되었고 벌써 7년이 지났다. 인근 시와 군이 날거나 뛰고 있을 때 마산은 기고 있었다. 인구가 줄면서 회원구, 합포구라는 이름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준혁신도시 유치’는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창원, 김해의 발전이야 다 알고 있지만 조용히 변모를 거듭해온 진해를 보면 너무 비교된다. 며칠 전 진해의 친구 가족과 함께 속천에서 해군교육단까지 새로 난 길을 걸었다. 이 길은 바다를 따라 나 있으므로 해풍이 더위를 씻어준다.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걷기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어림잡아도 수천 명은 넘어 보인다.

 

군데군데 광장이 있고 공연장을 겸한 쉼터도 여럿 보인다. 차도와 산책로 사이에는 둔덕을 만들어 매연과 소음을 줄였다. 길이 끝나는 곳에 밤바다를 밝히는 푸른 조명의 건물이 있어 물어보니 분뇨처리장이라고 한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시정이 돋보인다. 이 길은 훌륭한 시민공원 역할을 한다. 덩달아 시민 건강지수도 높아간다.

 

여기에 비해 마산은 어떤가. 제대로 된 공원 하나 없다. 마산조각공원은 말이 좋아 공원이지 손바닥만한 터에 새로 들어서는 건물에 가려 바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주변엔 모텔촌이 형성되어 아이들과 함께 찾기엔 부적합하다. 통영 남망산조각공원과 목포 유달산조각공원 등과 비교해 보면 마산의 행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행해졌는가를 금방 알 수 있다. 돈의 낭비는 바로 이런 불필요한 시행착오에서 온다.

 

산호공원은 고성의 남산과 당항포, 함안 아라공원과 종합운동장, 진해 장복산 등과 비교된다. 고성 당항포는 아무렇게나 서 있던 야산의 수목들을 정리하고 산책로를 내어 연인, 가족을 위한 관광 산책로 구실을 한다. 남산은 흙길과 포장도로를 적당히 설치하여 고성바다를 조망하면서 군민건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함안 아라공원도 고분을 감상하면서 걷도록 산책로를 꾸며 놓았다.

 

이에 비해 ‘시(詩)의 거리’로 알려진 산호공원은 방치되어 있다. 한 편엔 묘지들이 즐비하여 어두워지면 올라오지도 못한다.

 

마산이 이렇게 낙후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후 10년간 단체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의 교체, 온갖 부정의혹이 난무하면서 송사에 휩싸여 온 탓이 크다. 특히 시장과 국회의원이 뇌물수수와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 2차례나 보선을 치렀고, 여당 사무총장을 지낸 국회의원이 안기부 자금 선거 유용 혐의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결국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다가 인근 시·군의 발전은 강 건너 불이 되고 만 것이다.

 

‘눈물의 드림베이’라고 슬픈 노래를 대신 불러줄 이는 없다. 그러므로 절망 속에서도 꽃은 피워야 한다.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소신과 철학을 점검해야 한다. 더 이상 재정 운운해서도 안 된다. 시민들이 권력을 주었다면 재정을 살찌우는 것은 위정자들의 몫이 아닌가. 멀리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인근 시·군의 성공부터 배워나가자. 권력자들이 사욕을 버리고 진실로 공익을 위한다면 ‘눈물의 드림베이’는 말 그대로 꿈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 기사작성: 200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