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직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없다. 물론 상을 타건 못 타건 한 나라의 문학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간 문화인식도는 노벨문학상의 유무와 결코 무관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는 곧잘 비교된다. 일본이 이 상을 두 번이나 받으며 문화대국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의 정형시인 하이쿠에 대한 사랑과 긍지는 가히 본받을 만하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이미 세계인의 것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들을 경제동물이라며 멸시했다. 그들의 주력 수출품이 유럽에 진출하기 전에 이미 일본의 문화는 동양을 대표하는 문화가 되어 있었다.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발 딛고 사는 곳의 사람들이 얼마나 문화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지역의 대외인지도는 결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외적으로 화려해 보이지 않아도 결코 간과해서 넘어가서는 안 될 중요성을 갖는 행사가 있고.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인 행사도 있다.
지난 10월 21일 제10회 경남시조문학상 시상식이 진해경남문학관에서 있었다. 이 상은 경남시조시인협회가 제정하고 경남약사회(회장 김종수)의 지원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 지원금으로 수상자 상금과 당일 행사비를 충당하고 심사료 등 나머지 부분은 경남시조시인협회가 담당한다. 지난 10년간 이 상을 수상한 면면들은 한국시조문학계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이었다.
경남시조가 한국시조의 메카로 자리매김될 정도의 성장세를 보인 것은 내적 응집력도 컸지만 이렇듯 외적 요인도 중요한 한 몫을 했다고 보여진다. 협찬 금액의 많고 적음을 따지기 전에 이 두 단체 간의 파트너십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를테면 경남시조문학상 수상작은 경남약사회에서 작은 엽서로 제작하여 전체 회원들에게 무료 배부되므로 시인의 입장에서는 1천여명의 고급 독자를 확보하게 되고. 약사 입장에서는 예쁜 엽서와 시 한편을 읽는 망중한을 얻게 되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지역 문화계의 현주소를 눈여겨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단체와 개인. 기업체들이 더러 눈에 띈다. 문학 쪽에서 보면 배대균(의사)씨의 문학사랑 열정이 단연 돋보인다. 현재 경남문인협회가 시상하는 경남문학상은 배대균씨의 개인 출연금을 기반으로 하여 올해 18회째를 맞는다. 본인 역시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지만 평생 의사의 본분을 다하면서 번 돈을 문학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선뜻 거금을 내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상식 역시 경남문학의 한 해를 결산하는 풍성한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우백화점의 메세나운동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활발한 문화센터 운영은 물론. 갤러리를 열고 때론 이곳을 개방하여 여러 문화행사에 장소를 제공하는 등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남스틸 최충경 사장의 경남재즈오케스트라 후원. 고동환 동환산업 회장의 마산시립합창단 후원 및 동환아트홀 건립. 경남은행의 백일장과 주부 글짓기 공모. 경륜공단의 문화단체 광고 협찬 등은 지역과 함께하는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지역문화 발전에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을 적극 실천하는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경남은 창원공단을 위시하여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물론 이들 대기업들은 문화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본사가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주로 이루어지므로 정작 몇만평의 공장과 수백명 노동자들의 터전인 이 지역에 대한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 제품광고를 위해 연예인과 기획사에 쏟아 붓는 몇만분의 일이라도 지역문화인들을 위해 쓴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문화단체의 재정은 매우 열악하다. 시와 도. 문예진흥원으로부터 약간의 지원금을 받지만 운영은 쉽지 않다.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와 약간의 광고료에 의존한다. 문화의 질은 문화 생산자들의 자질에서 좌우되지만 문화 생산자들의 의욕과 열정은 문화향유자들의 관심과 배려에 의해 결정된다. 거의 대부분 문화가 직접적으로 경제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문화다.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기대한다. - 기사작성: 200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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